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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을로 이사와 살림집 지은 지도 10여 년이나 됐다. 집 옆에 시골편지라는 이름의 예쁜 카페도 열었다. 가까이 사는 이웃부터 멀리서 온 여행객들이 손님으로 온다. 이들과 만나 사는 이야기 나누는 것도 큰 재미다.

 

시골서 집을 만드는 것은 도시에서 아파트를 사고 분양받는 것보다 어렵다. 돈이 더 많이 들어 어렵다는 게 아니다. 과정이 번거롭고 까다롭다는 얘기다.

 

물론 쉬운 방법도 있다. 임대를 하거나 사면 좀 쉽다. 하지만 이왕이면 내가 원하는 집, 꿈꾸던 집을 지어보려고 한다. 땅을 만들어야 하고 설계를 해야 하고 건축을 한다. 그게 혼자 알아서 하는 게 아니다. 법에 따라야 한다.

 

전문가 자문도 받아야 하고 설계 및 인허가를 대신해 줄 자격 있는 사람을 찾아 부탁도 해야 한다. 관청도 들락거려야 한다. 한 번에 끝나면 좋은데 몇 번 수정 보완을 하다 보면 시간과 비용이 아깝다. 지치고 중도에 포기할 때도 많다.

 

법과 제도는 수시로 바뀐다.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는 일이기에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농지법 산지법 따지고 건축법 설명하면 딱딱하고 복잡하다. 재미도 없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무슨 이야긴지 이해가 안 되는 것도 많다.

 

앞으로 OK시골이 쉽게 설명하려 노력은 하겠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시골에 짓는 집을 전원주택이라 한다. 찾는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 살고 싶어서다. 이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 해야 할 일은 도시 정리하기도시 버리기였다.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물론 도시생활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시골로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도시를 남겨놓고 오는 사람들이 많고 아예 도시와 시골을 오가며 살 생각으로 짐을 꾸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유형의 주거 구도를 멀티해비테이션(Multi-habitation)’이라 부른다.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사는 구도다. 일주일에 5일은 도시에서 살고 2일은 시골에서 사는 것을 ‘52이라 한다. 최근 들어 ‘43으로 바뀐다. 아예 시골에 살며 도시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있다.

 

도시를 버리고 정리하지 않고 도시를 남겨놓고 시작하는 전원생활이 유행하며 주말농장, 주말주택, 주말별장, 세컨드하우스, 세컨드홈 등의 말들이 생겼다. 크고 좋은 집보다 작은 전원주택을 찾는다. 도시를 몽땅 정리하고 내려와 사는 집이 아니기 때문에 클 이유가 없다. 꼭 집이 아니라도 공간만 있으면 된다. 공장서 제작해 설치하는 극소형 이동식 주택이나 농막 등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경치 좋은 캠핑장들은 텐트를 치고 캠핑카를 끌고 온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시골서 제대로 살겠다는 살림집은 줄고 놀고 쉬기 좋은 공간이 는다. 열심히 사는 '집'이 아니라 재미있게 놀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의 이동이다. 요즘은 한 단계 더 진화해 가족들의 공간이 아닌 ‘나 혼자 노는 집’도 많다. 가족이 있어도 혼자 쓰는 공간이다. 남편도 아내도 아이들은 나의 공간에 잠깐씩 다녀가는 손님이다.

 

도시를 정리하고 내려와 사는 집이 아니기 때문에 클 이유가 없다. 꼭 필요한 공간만 있으면 된다. 공장서 제작해 설치하는 소형 이동식 주택이나 농막 등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좋은 땅에 좋은 집, 그럴듯한 공간을 만들었다 해도 거기서 무엇을 할 것인가가 정확하지 않으면 힘들다. 내가 만든 공간을 어떻게 이용할지 그 목적이 중요한데 바로 일이다. 할 일이 없으면,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면 오래 못 간다. 금방 싫증 나고 따분해진다. 꽃놀이도 하루이틀이다.

 

좋은 땅 좋은 집 찾기 전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거기에 맞는 땅을 찾고 집을 지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거꾸로 한다. 좋을 땅부터 사고 좋은 집 짓고 난 후 뭘 할까를 고민한다.

 

할 일이 분명하지 않으면 좋은 땅, 좋은 집에 집착한다. 쓸데없는 공간, 나한테 맞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 시간도 버리고 돈도 버린다. 시골에 만드는 집, 공간이 왜 필요한지부터 따져보란 얘기다. 필요한 대로 필요한 만큼만 지으면 된다. 거기서 할 일도 없고 필요도 없다면 짐덩어리다. 잘 노는 것도 일이다.

 

그럼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스스로 더 잘 알고, 알아서 잘 찾겠지만 모른다. 뭘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사람들이 실제 많다. 놀고 먹고 쉬고 하는 것도 그냥 되는 줄 아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안 해 본 사람들은 쉽지 않다.

 

지금부터 시골서 땅 사고 허가를 받아 집 또는 공간을 만드는 방법,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관심 있는 분들께 좋은 정보가 됐으면 한다.

 

OK시골이 사는 집의 봄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