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이사는 아니라도 시골서 살아보고 싶다면 가장 쉬운 방법이 있다. 부모형제가 사는 집을 이용하는 것이다. 물려받을 집이 있다면 손쉽게 내 집을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시골살이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그런 행운은 없다. 자신의 노력과 돈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맞는 가장 현실적이고 쉬운 방법은 임대해서 살아보기다.
임대해 살면 머리도 덜 아프고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집을 직접 지을 필요도 없고, 법적 절차도 비교적 간단하며, 문제가 생겨도 부담이 덜하다. 물론 비용도 적게 든다.
전세든 월세든 계약하고 이사해 살면 된다. 집 상태를 확인하고, 원하는 조건만 맞으면 시작할 수 있다.
시골서 임대집 찾기 생각보다 어렵고 비싸
하지만 임대에도 주의할 점은 많다. 무조건 쉬운 건 아니다.
우선 전세라면 보증금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집주인이 대출이 많거나 남에게 빌린 돈이 있어 집을 근저당으로 잡혔다면 위험할 수 있다. 전세권 설정, 전세보증보험가입 등의 방법으로 대비해야 한다.
막상 찾아보면 빌릴 수 있는 집은 생각보다 적다. 시골엔 펜션이나 단기 숙박용 집은 많아도, 장기간 살 수 있게 내주는 집은 드물다. 마땅한 집 찾기가 쉽지 않다.
임대료가 생각보다 비싸다. 도시 원룸처럼 보증금 300만 원, 월세 40만 원 수준을 기대하기엔 어렵습니다. 조용한 마을에 경관이 따라주는 민박(펜션)은 방 하나에 어지간하면 1박 10만원이다. 단독주택이라면 20만원을 넘긴다. 주말장사만 잘 해도 월 40만원에서 80만원을 벌 수 있다.
그런 집을 일수로 계산해 월세를 준다면 답이 없다. 집 주인은 비싸게 받아야 하고 세입자는 도시 원룸 정도 혹은 그것보다도 더 싼 집을 생각한다. 경관도 그럴 듯 한 조용한 곳에 잘 갖춰진 시골집을 셋집으로 얻기 힘든 이유다.
간혹 임대료는 싼데 마음대로 고쳐 쓰라는 집도 있다. 고쳐 써야 할 상황의 집이라면 수리 비용이 더 들 수 있고 나중에 가져 나올 수도 없다.
임대해 ‘남의 집’에 살면 놓치기 쉬운 것들
임대의 가장 큰 단점은 기회비용과 시간을 놓치는 것이다. 내가 가꾸고 정성들인 마당, 텃밭도 결국 남의 땅에 쏟는 노동이 된다.
내 손으로 가꾸는 시골생활이 즐겁다.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다. 부가가치도 크다. 내가 심는 것이 투자고 내 손으로 직접 가꾸면 재테크가 된다.
임대해 산다면 이런 즐거움과 기회는 아예 없다. 세 들어 살고 있는 집에 내 돈과 정성을 들여 적극적으로 가꿀 생각을 못 한다. 내 땅도 아닌 전셋집 마당에 나무 하나 꽃 한 포기 심는 것도 아깝다.
마당에 나무나 꽃을 심어보면, 한 해 사이 얼마나 많이 자라고 몰라보게 무성해지는지를 안다. 봄이 되면 아무렇게나 뿌려놓은 꽃씨에서도 싹이 트고 스스로 자란다. 겨울 추위에 오그라들었던 나뭇가지에 꽃눈이 맺히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게 자라고 무성해지는 나무와 화초들로 주변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좋아진다. 그래서 시골에서 시간은 정말 금처럼 소중하다.
임대해 산다면 처음엔 재미로 마당일을 하고 집을 고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게 내 것도 아닌데, 굳이 정성을 들여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땅, 내 집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꽃도 심고, 나무도 가꾸고, 텃밭도 만들고, 집도 고치고 꾸미며 애정을 쏟게 된다. 내 땅과 집에 쏟은 모든 시간과 노력은 언젠가 부가가치가 돼 돌아 온다. 열심히 하다 보면 비즈니스의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무엇보다 내 삶에 재미와 의미를 더해준다.
임대해 살면 안전하기는 해도 시간을 버릴 수도
시골에 내 집을 만들고 내 집을 짓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임대로 예행연습을 해 보는 것은 안전한 출발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삶, 진정한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가지려면 내 집, 내 땅이라야 가치있다. 물론 무리한 투자로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 스스로 판단해 투자의 수위조절을 현명하게 잘 해야 한다.
간혹 주변에 임대해 뭘 하겠다고 시골로 오는 젊은 사람들을 보면 이렇게 말해준다.
"작은 땅이라도 내 땅을 만들어서 해! 그게 남는 거여!"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어야 시골살이의 진짜 가치를 깨닫게 된다.
시골카페 머슴의 개똥철학 '시골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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