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을 결심한 건 새로운 삶을 꿈꿨기 때문이다. 자연과 함께하고, 이웃들과 따뜻한 정을 나누며 조용히 살아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시골살이에는 우리가 도시에서 경험하지 못한 ‘이웃관계'가 숨어 있다.마을에 들어가면, 사람 사이의 거리부터 배워야 한다
처음에는 누구나 마음이 앞선다. 마을 사람들과 ‘잘 해보고 싶고’ 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당연히 한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그 마음 하나로 다가섰다가 오히려 오해를 사는 일이 많다. 특히 귀촌인에게는 더 그렇다. 내가 도우려는 마음이 오히려 ‘잘난 척’으로 비춰지고, ‘무례함’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잘난 체 하는 놈, 무례한 놈 될까 경계!
마을 주민들과 어울려 살려면 갈등관리를 잘 해야 한다. 신경 쓰고 조심해도 문제가 생기고 합리적으로 정리가 안 되는 경우도 많다. 귀촌한 사람들에게는 더 그렇다. 잘 하려다, 열심히 하려다 뒤탈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마을 사람들이 같이 하자며 청하기도 하고, 의견을 묻기도 한다. 부탁도 한다. 이때 상대가 정말 몰라 그러는지, 정말 부탁하는 것인지에 대한 분위기 파악을 잘 해야 한다. 큰 의미 없이 지나가는 말일 수도 있고, 분위기 떠 보는 것일 수도 있다. 눈치 없이 이렇게 하면 되고, 이렇게 고치면 좋겠다며 성의껏 침을 튀기다 보면 어느 순간 잘난 체 하는 인간이 돼 있다. 열심히 하겠다며 달려들었다가는 자기 멋대로 하는 놈이 될 수도 있다.
되는 일도 안 되는 일도 없는 마을일
A씨는 귀촌한 지 오래됐다. 어지간한 마을 일에는 잘 나서지 않고, 주민들과 어울리는 것도 최소화하며 살고 있다. 살다보니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란 것을 알게 됐다.그러다 최근 헛발질했다며 하소연했다. 헛발질한 그의 사연은 이랬다.
옆 마을 이장을 비롯한 몇 사람이 마을의 빈 건물을 이용해 카페를 하고 싶다며 찾아왔다. 군청에서 지원받은 예산이 있어 그걸 쓰겠다는 계획이었다. 건물 인테리어는 물론 카페 운영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이라 성의껏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었다. A씨는 쾌 유명한 시골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알아서 카페 오픈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사정했다. 정상적인 카페를 하기에는 턱없는 예산이었지만 A씨는 도와줄 마음으로 나섰다. 자재를 사 일을 시작했는데, 마을 이장이 이렇게 바꿔 달라 요구했다. 어떤 날은 마을 책임자란 이가 나서서 이건 직접 한다며 견적에서 빼라고 했다. 인근 도시에서 카페를 한다는 마을 사람의 아들이란 이가 나타나, 커피머신은 이걸 쓰기로 했다며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머신기도 가져다 놓았다. 아무것도 모른다던 사람들이 페인트 색까지 간섭했다.
결국 A씨는 계약은 이렇고, 언제 이런 말을 나눴고, 이렇게 해달라 해서 이렇게 했다고 앞뒤 사정을 설명한 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정확하게 얘기하라 했다. 마을 이장이든 책임자든 누구도 답이 없었다. 손을 떼겠다 하자, 그제야 이장과 책임자란 이가 나타나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을 테니 알아서 마무리 지어달라 했다. 그러고도 말이 달라졌다. 주고받았던 문자 내용까지 다 꺼내 놓고 따져도 정리가 안 됐다. 도울 마음으로 나섰는데 결국 A씨는, 주민들 말 안 듣고, 무시하고, 잘 난 척하고, 돈만 달라고 하는 사람이 됐다.
“내가 만들어 준 간판은 떡 하니 붙어 있는데 카페 문은 늘 닫혀있어요. 카페 할 생각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걸 할 사람도 없었고요.” A씨의 하소연이다.
적당한 거리에서 분수껏 눈치껏 어울려야
B씨는 귀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름만 있고 활동이 없는 지역 문학단체 회장을 만났다. B씨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난 회장은 B씨에게 사무국장 일을 해달라 부탁했다. 지역 사람들도 사귀고, 지역을 위해 봉사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수락한 후 열심히 일을 했다.
무보수였기에 자신의 돈을 써가며 열심히 해 지역에서 주목받는 단체가 됐다. 그렇게 자리를 잡자 하나 둘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잘 했다고 박수쳐놓고도 왜 그렇게 했는지를 묻고 따졌다. 계획서를 만들고 이렇게 진행하자고 해 마무리 한 일을 두고 회장이란 이는 왜 그렇게 했냐고 따졌다. 결국 B씨는 혼자 신나 자기 멋대로 잘난 체 한 사람으로 뒷말을 듣고 끝냈다.
시골서 살아보면 뭘 열심히 하려다 망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눈치 없이 분위기 파악 못 하고 나섰다 뒷말을 듣고 또 열심히 이웃과 친해지려다 화가 된다. 적당한 거리에서 분수껏 어울려 사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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